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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더라면
국내도서
저자 : 티에리 코엔(Thierry Cohen) / 김민정역
출판 : 밝은세상 200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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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8월 읽음


줄거리

제레미는 지난 일 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 사랑하는 여인 옆에서 눈을 뜬다. 하지만 그 환상적인 행복은 잠시뿐, 밤이 오자 그는 별안간 무력감에 빠지고 곧이어 이상야릇한 환영을 보면서 혼수상태와도 같은 잠 속에 빠져든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곁에는 아기가 잠들어 있다. 때는 2004년 5월 8일. 모르는 사이 다시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 빅토리아와 결혼한 그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다. 


44년이라는 세월 동안 제레미는 잠들었다 깨어나기를 아홉 번 되풀이한다. 깊은 잠에 빠졌다가 눈을 뜨면 시간은 저만치 달아나 있고, 눈앞에는 감당하기 힘든 악몽이 펼쳐져 있다. 제레미가 잠든 사이 냉혹하고 잔인하고 이기적이며 파렴치한 또 다른 제레미가 빅토리아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것. 사랑하는 빅토리아와 두 아들, 부모님에게까지 인간 망종으로 취급받게 된 제레미는 본연의 그 자신으로 돌아오는 아홉 번의 기회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해내고자 노력하는데…. 


리뷰

제레미는 그가 쭉 사랑해온 빅토리아가 그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자 약을 먹고 자살을 한 뒤 이상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수 년에 한 번씩 잠에서 깨어 예전의 기억을 가지고 딱 하루를 사는데, 이 때만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곧 다시 잠에 빠져버리고 만다.


책의 90퍼센트 정도 까지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책에 몰입했다.

우선은 제레미가 저런 상태에 빠지게 된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였고, 읽다보니 나는 제레미가 4~50대가 됐을 때 쯤 저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어서였다.

전개 속도도 빠르고 제레미가 느낀 답답함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뒷 장이 너무 궁금해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내 기대와는 달리 제레미는 정말 저 상태 그대로 두 번째 죽음까지 맞이한다. (그러나 결말이 이게 다가 아님)

누군가에겐 최고의 결말이었겠지만 나에겐 조금 아쉬운 결말이었다.

개인적으로 책에 종교적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온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조금 거부감을 가지게 했다.

자살을 죄로 취급하기 때문에 이런 결말이 나온듯.


'삶은 우리네 인간으로서는 그 가치를 헤어리기 힘들 정도로 풍요로운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지지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보는 셈입니다. 얼마나 많은 길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할 수 있는지! 그러하기에 스스로를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최악의 선택은……우리네 인간은 그 길로 빠져들기 쉽지요…… 선택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 것, 살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p270


결국 어떤 세상에 살 지는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라는 건데,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특히 이 말을 제레미의 상황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


책이 참 재밌는 게 3년 전에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절대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거다.

지금이야 저 단락을 읽고 맞아 내가 갈 수 있는 길은 대기업만 있는 게 아니야(ㅋㅋㅋ) 라는 다소 가벼운?생각을 하지만 3년 전이었다면 선택할 힘조차 없으면 어떡하라는거냐@#$% 라고 했을 듯.

어쨌든 독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이 책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가지각색일듯 하다.


그래도 책에 나오는 랍비의 말이나 제레미의 깨달음은 모든 독자로 하여금 삶과 죽음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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