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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저자 : 프랑수아즈 사강(Francoise Sagan) / 김남주역
출판 : 민음사 20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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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8월 읽음


줄거리

실내장식가인 서른아홉의 폴은 오랫동안 함께 해온 연인 로제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앞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폴과 달리, 구속을 싫어하는 로제는 마음이 내킬 때만 그녀를 만나고 다른 여자로부터 하룻밤의 즐거움을 찾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로제를 향한 폴의 일방적인 감정은 그녀에게 깊은 고독을 안겨준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은 몽상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시몽과 만난다. 시몽은 폴에게 첫눈에 반해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고, 그런 시몽의 태도에 폴은 불안감과 신선한 호기심을 느낀다. 젊고 순수한 청년인 시몽으로 인해 폴은 행복을 느끼지만, 그녀가 세월을 통해 깨달은 감정의 덧없음은 시몽의 헌신적인 사랑 앞에서도 그 끝을 예감하는데….


리뷰

이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이 무려 24세 때 쓴 책이라고 한다.

24살이 39살의 폴의 감정을 어떻게 세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는지 놀랍다.


책은 두껍지 않아서 단숨에 읽어버렸지만, 끝까지 폴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어서 왠지 모를 찝찝함이 약간 남아있었다.

왜 폴은 로제를 선택했을까. 왜 본능적으로 로제를 떠날 수 없음을 느꼈을까.

시몽에게 가도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로제와의 관계를 되풀이 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일까?

로제와도 헤어질 순 없었을까.


"그녀는 로제를 가리켜 '그'가 아니라 '우리'라고 말하게 되리라. 왜냐하면 그녀로서는 그들 두 사람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육 년 전부터 기울여 온 노력, 그 고통스러운 끊임없는 노력이 행복보다 더 소중해졌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바로 그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바로 그 자존심이 그녀 안에서 시련을 양식으로 삼아,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로제를 자신의 주인으로 선택하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는지도 몰랐다." -p139


로제와 폴도 처음엔 열정 넘치는 연인이었겠지. 그러나 지금 로제는 폴에게 고독만을 준다. 

사랑의 형태가 늘 한결같다고 할 순 없지만 모든 오래된, 자신이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랑이 이런 식으로 귀결된다면 그건 좀 슬프다. 

권태로움에 빠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지만 그럼에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사랑이라 칭할 수 있는 거 아닐까. 

함께 한 날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썩은 동아줄을 잡고있는 듯한 로제와 폴의 관계는 그저 무의미해 보인다. 


작품해설에는 이렇게 나와있다.

- 프랑수아즈 사강은 작품이 강조하는 것은 사랑의 영원성이 아니라 덧없음이라고 한다. 실제로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사랑은 이 년 이상 안 갑니다. 좋아요, 삼 년이라고 해 두죠."  -

사강이 강조하고 싶었던 덧없음은 작품의 엔딩에 극명하게 나타나있다.


거울 속에는, 방금 누군가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얼굴이 있었다.

이 문구가 엄청나게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난 시몽을 이해하는 편이 빠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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